솔직히 처음엔 저도 AI는 그냥 검색 대신 쓰는 도구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챗GPT에 질문 몇 개 던져보고 "이거 꽤 쓸 만하네"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AI 에이전트(Agent)라는 개념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혼자서 대기업 팀 하나 분량의 아웃풋을 내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제가 쓰고 있던 방식이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슈퍼휴먼이란 무엇인가 — 2년 격차가 30년이 된 이유
혹시 스스로를 "나는 개발자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니까 AI는 남 얘기"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코딩을 모르고, 서버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목격되는 사례들을 보면 그 전제가 완전히 무너집니다.
문과 출신의 기획자가 일주일 만에 사내 관리 시스템을 프롬프트만으로 구축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처음에는 상사의 프롬프트를 카카오톡으로 받아 그대로 복사해서 AI에 붙여넣는 역할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백엔드, 프론트엔드, 데이터베이스 연동 같은 개념을 하나씩 AI에게 물어가며 익혔고, 결국 현업에서 직접 개발까지 처리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서, 이건 특별한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AI 활용 수준은 크게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단계는 단순 질의응답, 즉 검색엔진처럼 쓰는 방식입니다. 2단계는 이미지나 문서 등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입니다. 3단계는 자동화(Automation)인데, 여기서 자동화란 특정 시간이나 조건이 되면 AI가 미리 정해진 작업을 알아서 실행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4단계가 바로 에이전트(Agent)입니다. 에이전트란 단순히 정해진 루틴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AI에게 컴퓨터 자체를 넘겨줘서 파일 생성, 브라우저 조작, 이메일 발송까지 스스로 판단하며 처리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5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협업입니다. 여기서 멀티 에이전트란 한 명이 에이전트를 혼자 운용하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전문 지식을 가진 여러 사람이 하나의 그룹 채팅방에 AI 에이전트와 함께 들어가 각자의 인풋을 넣으면 에이전트가 그것을 종합해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말합니다. 수학 선생님은 문제 구조를 제안하고, 엔지니어는 기술 구현을 담당하고, AI는 그 대화를 듣고 실제 플랫폼을 만들어냅니다. 이 구조가 가동되는 순간,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생산성의 상한선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 1단계: 질의응답 (검색 대체)
- 2단계: 결과물 생성 (이미지, 문서, 코드)
- 3단계: 자동화 (시간·조건 기반 반복 실행)
- 4단계: 에이전트 (컴퓨터 전체를 AI에게 위임)
- 5단계: 멀티 에이전트 (다수의 사람+AI 협업으로 결과물 생성)
멀티에이전트 — 혼자서 팀 하나를 운영하는 구조의 실체
텔레그램 단체방에 AI 봇이 사람처럼 초대되어 있고, 학생들이 그냥 자연어로 조모임 대화를 나누면 AI가 그 내용을 듣고 알아서 앱을 만들어 링크로 전달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설마 그게 되겠어?"라는 반응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건국대 상담심리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헤르메스(Hermes)라는 오픈소스 도구가 핵심입니다. 헤르메스란 로컬 PC에서 동작하는 AI 에이전트를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와 연동시켜주는 중계 소프트웨어입니다. 쉽게 말해, 집에 있는 내 컴퓨터가 텔레그램 봇의 몸통이 되는 구조입니다. AI가 컴퓨터에서 직접 파일을 만들고, 코드를 짜고, 브라우저를 조작합니다. 그리고 그 봇은 동시에 여러 단체방에 입장해 각 방의 대화 내용을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용자가 기술적인 언어를 전혀 몰라도 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문 언어로 상담 케이스를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AI가 그 대화를 전사(transcription), 즉 음성이나 텍스트를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고,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파악해 구현했습니다. 논문을 위한 인터뷰도 AI가 학생 18명에게 DM을 보내 직접 진행했고, 성적 평가를 위한 루브릭(Rubric), 즉 발표 내용·참신성·논리성 등 여러 기준으로 점수를 나누는 평가 체계도 AI가 설계하고 적용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저런 세팅 자체를 할 수 없으니까 그냥 남 얘기"라고 선을 긋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입니다. 그런데 헤르메스 설치 사례를 보면 그 세팅조차 AI에게 시킨 겁니다.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즉 로컬 컴퓨터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Claude의 데스크톱 에이전트에게 "헤르메스 설치해줘"라고 했더니 알아서 설치하고, 텔레그램 연동 방법까지 단계별로 안내해줬다고 합니다. 뭘 설치했는지 몰라도 결과는 작동했습니다. 출처: Anthropic (Claude 공식)
생산성 혁명 — 9월 이후 에이전트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어떻게 달라지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짜장면을 시키려면 몇 단계를 거치시나요? 앱을 열고, 검색하고,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고. 이게 당연한 과정처럼 느껴지지만, 에이전트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이 모든 과정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짜장면 시켜줘"라는 한마디에 내 에이전트가 동네 중국집 에이전트들과 가격·배달 시간·서비스를 협상하고 알아서 주문을 완료합니다. A2A 프로토콜(Agent-to-Agent Protocol)이 그 기반인데, 여기서 A2A 프로토콜이란 제조사나 플랫폼이 달라도 AI 에이전트끼리 표준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구글이 설계한 공통 통신 규약을 의미합니다.
이 변화의 물리적 시작점이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입니다. 온디바이스 AI란 서버에 접속하지 않고 스마트폰 자체 칩에서 AI가 직접 구동되는 방식으로, 인터넷 없이도 AI가 작동하고 외부로 데이터가 전송되지 않아 프라이버시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됩니다. 아이폰에 젬마(Gemma), 즉 구글 제미나이의 경량화 버전이 탑재되면 스마트폰 안의 AI가 애플 헬스, 은행 앱, 캘린더까지 모두 통합해서 진정한 개인 에이전트로 기능하게 됩니다. 출처: Google DeepMind (Gemma 공식)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기술을 먼저 익히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입니다. 에이전트는 도구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없으면 아무리 강력한 도구도 허공에 휘두르는 것과 같습니다. 저도 제 분야에서 AI를 소극적으로 쓰고 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합니다. 몸은 하나고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라는 한계 안에 갇혀 있다고 느꼈는데, 에이전트가 그 벽을 허문다는 걸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례로 보고 나서야 비로소 방향이 생겼습니다.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는 것보다, AI를 써서 자신의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직업을 찾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딩을 전혀 모르는데 AI 에이전트를 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제로 코딩 경험이 없는 문과 출신 기획자가 프롬프트만으로 사내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가 있습니다. 헤르메스 설치 자체도 Claude Cowork 같은 AI에게 "설치해줘"라고 시키면 처리됩니다. 기술 지식보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자연어로 설명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Q. 멀티 에이전트 구조를 구성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먼저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기본 도구를 일상적으로 쓰는 습관부터 만드는 게 출발점입니다. 그다음 리플릿(Replit) 같은 노코드 빌더로 간단한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보고, 그 경험 위에 에이전트 도구를 얹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처음부터 헤르메스 같은 도구를 목표로 잡기보다, 일단 만들어보는 경험이 먼저입니다.
Q. 에이전트에게 개인정보를 맡기는 게 위험하지 않나요?
A.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우려입니다. 온디바이스 AI 방식에서는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아 구조적인 유출 위험이 낮아집니다. 다만 비밀번호처럼 민감한 정보는 에이전트에게 직접 제공하지 않는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어느 범위까지 위임할지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에이전트 시대가 오면 지금 직업들은 다 사라지나요?
A.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아라"는 조언이 오히려 함정일 수 있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생산성이 수백 배 올라가고, 그에 따라 부가가치도 커집니다. 반면 AI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직업은 그 자체로 생산성이 늘지 않아 상대적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업을 바꾸는 것보다 현재 직업에 AI를 얼마나 깊게 결합시키느냐가 더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결론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이걸 왜 이제야 알았지"였고, 다른 하나는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였습니다. 슈퍼휴먼이 되는 것은 특별한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지식 한계를 인정하고, AI에게 그 너머를 물어보는 습관의 문제입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에이전트 세팅을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하루 업무 중 가장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작업 하나를 AI에게 맡겨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에이전트 시대가 열렸을 때 어떻게 쓸지를 미리 생각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