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엔 그냥 또 중국 로봇 뉴스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지봇이 상하이 거리를 106km 걸었다는 소식을 보는 순간, 제가 알던 "로봇은 아직 멀었다"는 감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이 어느새 집집마다 들어온 것처럼, 로봇도 그 궤도 위에 이미 올라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비테크와 아지봇, 이 두 회사의 이야기를 파고들수록 "이건 미래 얘기가 아니다"는 확신이 굳어졌습니다.
목공 전공자가 로봇 회사를 세운 이유
유비테크 창업자 저우찌엔의 이력을 처음 봤을 때, 제가 잠깐 눈을 비볐습니다. 임업대학에서 목재 가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엔 독일계 목공 자동화 장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이 왜 로봇 회사를 창업했을까요?
답은 2009년 일본 출장에서 나왔습니다. 전시회에서 혼다의 '아시모'를 처음 목격한 저우찌엔은 놀랍기도 했지만, 곧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왜 이렇게 비싸지? 이게 대중화가 될 수 있을까?" 자동화 장비를 다뤄온 사람의 눈에는, 중국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하면 훨씬 싸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그래서 그가 가장 먼저 뛰어든 건 외형이 아니었습니다. 액추에이터(Actuator), 즉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구동 장치를 직접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액추에이터란 전기 신호를 물리적 운동으로 바꿔주는 부품으로, 로봇이 걷고 팔을 뻗고 균형을 잡는 모든 동작의 기반이 됩니다. 다른 곳에서 사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 로봇에 최적화하기 어렵고 대량 생산 시점에 수요·공급이 맞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저우찌엔은 그걸 일찌감치 꿰뚫고 있었습니다.
5년간 서보 액추에이터를 개발한 끝에 2012년 선전에서 유비테크(UBTECH, Ubiquitous Technology)를 창업합니다. 회사명 자체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기술"을 뜻하는데, 중국어 사명 '유비선'은 "가장 훌륭한 것을 반드시 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름 하나에서도 방향성이 보입니다.
초창기 교육용 로봇 알파 1S는 중국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당시 유비테크 본사를 방문해 CTO를 만났을 때도 솔직히 "괜찮은 스타트업이구나" 정도였지, 이 회사가 나중에 홍콩 거래소 상장 1호 로봇 기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유비테크는 이미 휴머노이드 원형 플랫폼을 조용히 갈고 닦고 있었습니다.
전환점은 2016년 CCTV 춘절 갈라쇼였습니다. 알파 로봇 540대가 무대에 일렬로 걸어 나와 동시에 춤을 추는 장면은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중국 전역에 유비테크의 이름이 박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2018년 CES에서 워커(Walker) 플랫폼을 공개하고, 2023년 12월 29일 로봇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홍콩 거래소에 상장하며 중국 휴머노이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씁니다. 저우찌엔이 워커 로봇과 함께 상장 종을 치는 장면은, 목공 자동화에서 출발한 15년짜리 여정의 마침표이자 새 출발점이었습니다.
- 창업 핵심 전략: 액추에이터 40여 종 자체 개발·내재화로 원가 경쟁력 확보
- 2016년 춘절 갈라쇼 — 로봇 540대 동시 무대, 대중 인지도 폭발
- 2023년 12월 — 로봇 기업 최초 홍콩 거래소 상장
- 현재 워커 시리즈 BYD·폭스콘 공장 파일럿 배치, 에어버스 공장 도입 검토 중
화웨이 천재가 사표를 던진 이유
아지봇 창업자 펑츠후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사람이 왜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했지?"였습니다. 1993년생, 화웨이 수석 엔지니어, 연봉 약 4억 원. 누가 봐도 그냥 다녀야 할 조건이잖아요.
그런데 펑츠후이는 달랐습니다. 전자과기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기계와 전자공학을 혼자 독학하고, 화웨이에 재직하면서도 주말마다 빌리빌리(중국판 유튜브)에 제작 영상을 올렸습니다. 대표작이 자율주행 자전거입니다. 웅덩이에 빠져 얼굴에 상처가 난 채로 카메라 앞에서 "내가 문제를 발견했으니 직접 해결해야지"라며 스스로 균형 잡는 자전거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이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제가 쓸 수 없다는 게 바로 느껴졌습니다. 진짜 천재의 냄새가 났습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까지 "이런 친구가 자랑스럽다"며 공개 발언을 할 정도였으니, 사내에서의 존재감도 남달랐겠죠. 화웨이의 AI 칩셋 어센드(Ascend) 설계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어센드란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연산 칩으로, 엔비디아 GPU의 대항마로 설계된 제품입니다.
2022년 말, 펑츠후이는 SNS에 짧은 작별 인사를 남기고 사표를 냈습니다. 그리고 화웨이에서 5G 통신 사업 총괄 사장을 지낸 덩타이와를 만납니다. "네 기술력과 나의 20년 경영 경험을 합치면 뭔가 대단한 걸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둘이 동시에 사표를 냈습니다. 저라도 그 자리에서 같이 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상하이교통대학교 로봇공학 교수 연의신, DJI 라이다 센서 개발 총괄 왕창, 웨이모·니오 자율주행 엔지니어링 디렉터 야오마우징을 차례로 영입합니다. 처음부터 드림팀을 꾸린 셈입니다. 이 구성을 보면 아지봇이 왜 창업 6개월 만에 A1 휴머노이드를 발표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창업 1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이 될 수 있었는지가 이해됩니다. 유니콘이란 설립 10년 이내에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넘긴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공장 바닥에서 증명된 99.9%
아지봇이 실제로 얼마나 쓸 만한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꺼내는 숫자가 있습니다. 64시간, 17,625대, 99.9%. 이게 다 하나의 실험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2026년 6월 말, 중국 남창의 롱치어 테크놀로지 태블릿 PC 생산 라인에 아지봇의 바퀴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투입되어 6일간 생중계되었습니다. 실제 작업자들과 움직이는 설비 사이에서, 총 64시간 동안 태블릿 17,625대를 검수했고 성공률은 99.9%였습니다. 실제 현장에 투입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실험실 데모가 아니었으니까요.
그 전에도 아지봇은 기네스 기록을 하나 세웠습니다. 2025년 11월, A2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원을 끄지 않고 3일 동안 106km를 걸었습니다. 완전 자율 주행(VLA, Vision-Language-Action 기반)으로 이동했고, 도중에 폭우가 쏟아지자 스스로 위험하다고 판단해 처마 밑에서 7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VLA란 시각 정보와 언어 명령을 통합해 로봇이 행동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는 엔드투엔드 AI 모델을 가리킵니다. 도심 번화가, 지방 국도, 신호등을 모두 정상적으로 통과했습니다. 마무리 지점은 상하이 와이탄,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한 그 자리였고, 기자들의 질문에 A2는 "내 기계 인생에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다만 발바닥 고무가 많이 닳아서 새 신발이 한 켤레 필요할 것 같다"고 답해 기자들을 웃겼다고 합니다. 이 유머가 프로그래밍된 답변인지 진짜인지를 따지기 전에, 발바닥 고무 외엔 손상된 곳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내구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출처: Guinness World Records).
유비테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BYD 공장과 폭스콘 공장에 워커 시리즈가 실전 배치되어 데이터를 축적 중이고, 에어버스 공장 적용도 검토 중입니다. 비행기 생산 라인은 정밀도 요구 수준이 극히 높습니다. 그 현장에 투입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유비테크 워커의 기술 수준을 가늠하게 합니다. 2025년 기준 유비테크는 연간 6,000대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2026년에는 1만 대를 넘길 예정입니다. 참고로 글로벌 생산량 순위는 아지봇(1위, 누적 15,000대), 유니트리(2위), 유비테크(3위)이며, 4위가 테슬라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테슬라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출처: IFT Research, 2026 Humanoid Robot Market Report).
한국에서 이걸 보는 심정이 복잡한 이유
제가 이 두 회사의 흐름을 정리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 구조에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에는 노조가 없고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정책 결정이 빠릅니다. 로봇과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면 규제 완화, 보조금, 인허가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반면 한국은 AI·로봇 관련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제품 개발보다 인허가에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속도 차이가 결국 격차로 이어집니다.
유비테크의 유원(U1) 발표를 두고 현지 중국에서도 "기능도 없는 인형", "사기"라는 혹평이 쏟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이 비판이 오히려 건강하다고 봅니다. 제품에 대한 혹평이 공개적으로 쏟아질 수 있는 환경이어야 다음 버전이 더 빠르게 개선됩니다. 중국 기업들의 진짜 경쟁력 중 하나는 이처럼 실패를 숨기지 않고 시장에 먼저 던진 뒤 빠르게 고쳐나가는 방식입니다.
아지봇이 보여준 또 하나의 전략은 오픈소스화입니다. 소형 휴머노이드 링씨(Lingxi)의 하드웨어 도면을 전면 공개해 누구든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게 했고,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 지니(Genie)도 공개했습니다. 로봇 생태계를 키우면 결국 아지봇 플랫폼 위에서 더 많은 개발이 일어나고, 그 데이터가 다시 아지봇으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이건 단순히 착한 오픈소스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생태계 전략입니다.
유비테크의 유원이 탑재한 에이전트 메모리 OS는, 사용자와 나눈 모든 대화와 감정 반응을 로컬에만 저장하고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습니다. 여기서 에이전트 메모리 OS란 로봇이 사용자의 습관, 선호, 감정 패턴을 누적 학습해 개인화된 반응을 만들어내는 온디바이스 운영 체제를 의미합니다. 치매 어르신 케어 로봇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고 상상해보면, 익숙한 가족의 얼굴과 목소리로 매일 같은 루틴을 도와주는 로봇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닙니다. 이미 커스터마이징 모델 100개 이상의 파일럿 테스트를 공언한 상태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말보다 느리다"며 비웃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로봇들을 보면서 그 감각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한국 정부에 바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시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공간, 그걸 만들어주는 것 하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지봇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량 1위라는데, 테슬라 옵티머스보다 많은 건가요?
A. 2026년 6월 기준 아지봇의 누적 출하량은 15,000대로 글로벌 1위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4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물론 테슬라가 본격 양산 모드로 전환하면 순위는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숫자가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Q. 유비테크 유원(U1) 로봇 가격이 2만 달러부터라는데, 실제로 살 만한 제품인가요?
A. 현지 중국에서도 "기능이 없는 인형"이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로 초기 버전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유비테크의 전략은 완성품을 내놓기보다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수집하고 빠르게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당장 2만 달러를 쓸 이유보다, 앞으로 1~2년 안에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보는 편이 더 현명할 것 같습니다.
Q. 아지봇 A2가 기네스 기록을 세운 106km 보행, 진짜 완전 자율주행인가요?
A. 아지봇 측은 100% 완전 자율 주행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도중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스스로 대피해 7분을 기다린 판단도 포함됩니다. 신호등 준수, 도심·국도 혼합 구간 통과 모두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는 아니기에, 기네스 공식 기록이라는 사실을 기준으로 신뢰도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Q. 한국은 왜 이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A. 기술 인재나 제조 기반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로봇과 AI를 실제 현장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고 빠르게 개선하는 사이클이 규제로 인해 느리게 돌아가는 구조가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이 사회주의 특성상 국가 주도로 규제를 빠르게 걷어내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은 인허가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유비테크와 아지봇, 이 두 회사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로봇은 더 이상 제품 경쟁이 아니라는 것. 진짜 싸움은 학습하는 운영 체제, 쌓이는 행동 데이터, 그리고 현장에 먼저 들어가서 실패를 빠르게 반영하는 능력에서 납니다.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는 속도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반갑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이 흐름을 "또 중국 얘기"로 넘기면 나중에 훨씬 큰 격차를 마주하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배워야 할 건 배우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고: <a href="https://youtu.be/3bb27bfkOAI?si=iakJ3CQGovq_l1Kp"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